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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영화]9.11로부터 발현된 광기를 마주하다 - 모리타니안(2021)

by 케로버 2021. 3. 20.

[개봉영화]9.11로부터 발현된 광기를 마주하다 - 모리타니안(2021)

 

예고편

 

줄거리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실화! 
재판을 원하는 한 남자! 
그는 테러리스트인가, 무고한 피해자인가! 

변호사 ‘낸시’(조디 포스터)는 모두가 꺼리는 한 남자의 변호를 맡게 된다.
그는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되어 기소는 물론, 재판도 없이
6년 동안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슬라히’(타하르 라힘)
냉정하고 완고하기로 소문난 군검찰관 ‘카우치’(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강력한 증거들을 내밀며 그의 유죄를 확신하고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낸시’와 동료 ‘테리’(쉐일린 우들리)는
국가 기밀이란 이유로 은폐된 진실 앞에서 번번히 좌절하는데...

 

감상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위 문장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을 보면서 극중 피해자로 나오는 슬라히가 겪을 고통이 크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영화는 여지없이 예상한 것보다 잔혹했다.

영화에는 크게 세 축이 존재한다. 변호사 낸시(조디 포스터), 군검찰관 카우치(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리고 테러리스트인지 무고의 대상인지 알 수 없는 슬라히(타하르 라힘). 슬라히는 9.11 이후 정보요원들과 함께 집을 떠난 이후로 3년째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곧 돌아오겠다던 말은 요원해진 지 오래다. 이 사건에 대해 듣게된 변호사 낸시는 케이스에 흥미를 느끼고 슬라히를 변호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한편 군인으로서 검찰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카우치는 슬라히의 사형 선고를 이끌어내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는 9.11테러로 친구를 잃은 아픈 경험이 있다. 테러 당시 비행기의 부기장이 그의 친구였던 것이다. 이런 동기를 가진 그는 기꺼이 업무에 착수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낸시와 카우치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이상함을 느낀다. 낸시는 변호를 위해 접견을 하고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슬라히를 믿지 않는다. 그녀는 케이스에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혹 접견 과정에서의 발언과 상반되는 자료가 발견되더라도 그녀는 '의뢰인이 변호사를 속이는 경우는 흔하다'며 냉소적이고 감정을 배제한 대응을 한다. 심지어 국방부에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기밀상의 문제라며 페이지 전체를 검열한 문서를 마주하는 등 변호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다.

반면 카우치는 조사를 할 수록 증거를 찾을 수가 없어 고민에 빠진다. 모든 자료는 완벽하다. 슬라히의 자백도 있고, 그간의 심문 내용을 자세하게 요약한 요약본도 슬라히가 테러리스트임을 가리키고 있지만, 웬일인지 당시 관여했던 자들은 전문을 공개하기를 극도로 꺼린다. 끊임없는 노력끝에 결국 전문을 마주하게 된 카우치는 내용을 보고 혼란에 빠진다.

영화는 중후반부까지 내내 슬라히가 테러리스트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하는 트릭을 준다. 변호사는 의뢰인을 믿지 못하고, 검찰관은 정부로부터 제공받은 증거들을 신뢰하지 못 한다. 그로 인해 관객들도 후반에 두 주인공이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 장면 이전까지는 의문을 갖고 영화를 보게 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유지하며 몰입할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화려한 언변이 오고가는 법정영화를 기대하고 갔으나, 영화는 법정에서 서로를 마주하는 시간보다는 법정으로 가기 전 증거를 모으고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는 부분에 많은 시간을 쓴다. 그 과정이 느리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고 시간을 더 할수록 밀도를 높여가며 감정선을 차곡차곡 쌓아놓기 때문에 마지막 10분정도의 법정씬은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쿠키영상에서 (실제)슬라히는 기쁜건지 슬픈건지 모를 표정으로 밥딜런의 노래를 부르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의 단점은, 이 영화가 실화라는 것이다.

보세요! : 9.11테러로 인한 부작용이 무엇일지, 궁금하신 분들.

보지마세요! : 현실고발 영화를 보며 현실을 마주하기 힘들었던 분들. 흐름이 느린 영화를 싫어하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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